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선 최근 노후 파산이 화두가 되고 있다. 파산 위기에 몰린 일본의 노인들이 처음부터 빈곤층은 아니었다. 오히려 젊었을 때부터 나름대로 노후를 준비한 평범한 이들이었다.
오랜 가족 부양과 예기치 못한 노년의 질병이 평범한 그들의 삶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부모들은 자식의 결혼 비용과 교육비를 책임지느라 노후를 준비할 여유가 없다. 준비 없이 맞이한 은퇴로 노후의 ‘소득 절벽’에 마주한다. 이때 병마가 찾아온다면 설상가상이다.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은 노후의 삶을 더욱 궁핍하게 만든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9.6%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이 가장 가난한 나라다.
오래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노인 빈곤, 노후 절벽, 노후 파산 등 최근 언론에 등장하는 다양한 표현들은 준비되지 않은 노후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장수(長壽)가 재앙처럼 받아들여지는 우울한 미래를 후대에게 넘겨주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빈곤 문제에 대비해 든든한 노후 안전망을 구축하도록 보다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국민 스스로가 자신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인식을 갖는 것에서 시작된다. 스스로 행복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원모심려(遠謀深慮·앞일을 헤아리는 깊은 생각)’의 자세가 중요하다. 이는 현재 자신의 노후 준비 수준을 정확히 아는 데서 비롯된다.
생명보험협회와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가 개발한 ‘행복수명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행복수명은 74.9세다. 기대수명보다 약 8.2세 짧다. 즉, 죽음에 앞서 약 8년간은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노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행복수명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빗줄기가 지나가면 한 뼘씩 자라나는 죽순의 생명력처럼 하루에 한 뼘씩 실천하는 작은 노력으로 행복수명이 길어질 수 있다.
준비하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과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결심이 필요하다. 바쁜 일상 중에도 이날 하루만큼은 본인의 노후 준비 상황을 점검해봤으면 한다.
논어 위령공편에 ‘사람이 먼 앞일을 헤아리는 깊은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눈앞에 닥치는 근심이 있게 된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 사회는 1, 2년 안에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총인구의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눈앞의 문제에 얽매여 다가올 고령사회를 맞이할 준비에 소홀한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