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MES, Market Economy Status)를 두고 세계 경제의 빅3인 중국, 미국, EU(유럽연합)가 충돌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는 22일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와 반덤핑 피소 동향' 보고서에서 중국의 비시장경제 지위 종료와 관련해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중국은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비시장경제 지위를 15년 뒤인 2016년 12월 종료하기도 했는데, 최근 EU의회와 미국 철강·섬유 등 제조업 단체들이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 지위 부여에 반대하고 있다.
MES는 한 국가의 경제활동이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 되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경제 지위를 받지 못하면 덤핑판정에서 자국내 원가를 인정받지 못해 패소확률이 높고, 제3국의 원가를 감안해 판정하기 때문에 고율의 덤핑방지관세를 부과받아 수출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현재 중국을 시장경제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81개국이지만 경제규모가 큰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캐나다 등은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논란이 확산 되는 가운데 미국과 EU기업으로부터의 반덤핑 제소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4월 미국과 EU기업의 반덤핑 제소건수가 12건에 달해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11건)를 넘어섰다.
미국은 최근 일반화물용 컨테이너에 107.2%의 덤핑 마진율을 산정한 데 이어 멜라민과 불화탄소 냉매에 대해 각각 363.3%와 255.8%의 마진판정을 내렸다. 중국이 아닌 제3국 원가를 기초로 덤핑판정이 이뤄지면서 최근 중국 제품에 대한 덤핑 마진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업계는 덤핑마진율이 100%를 넘어가면 해당제품이 수출중단에 내몰릴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과 EU로부터의 반덤핑 판정이 증가하면서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기업들도 덤핑관세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도 중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피소기업들이 제출한 원가 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덤핑 마진율이 높아져서다.
지난해 12월 16일 미국 월풀사는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에 삼성·LG가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판매하는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구했다. 중국 언론은 월풀사가 주장한 덤핑마진율이 68.92~109.04%라고 보도했다. 삼성과 LG는 최근 미국에 연간 250만대의 중국산 세탁기를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의 타이어·철강 분야 중국법인도 일부 제품에 대해 미국과 EU에서 덤핑분쟁에 휘말렸다.
올해 하반기 중국의 비시장경제 지위 만료를 앞두고 미국과 EU 업계가 적극적인 덤핑제소에 나서고 중국 내 경기가 위축되면서 수출로 물량이 몰려 중국산에 대한 반덤핑 제기 건수가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기업 중국 법인들이 무리한 수출증대보다 가격관리를 통해 덤핑피소 가능성을 낮추도록 유도하고 피소 이후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실정이다. 미국과 EU에 대한 수출액이 적은 경우 당분간 중국 내수에 전념하고 물량이 많으면 베트남 등 제3국 생산물량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 지부장은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 지위를 두고 미국과 EU에서의 논란이 점점 가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올해 최대 통상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며 "한번 덤핑판정을 받으면 5년 정도 유지되고 연장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출물량 증대를 위한 과도한 가격 인하를 자제하고, 피소 후에는 현지 변호사와 회계사 등 반덤핑 전문가를 고용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